1년 30만대가 거래되는 수원은 명실상부 전국 최대 규모 ‘중고차 성지’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주차공간이 모자라 넘쳐난 중고차 매물은 도로를 점거해 버렸고 이를 바로잡지 못하는 행정의 공백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받고 있는 ‘그늘’이 보인다. 중고차 성지라는 명성을 이어가기 위한 대책이 시급한 현상황을 3차례에 걸쳐 짚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수원시 평동행정복지센터 일대 골목길은 만년 차량 포화 상태다. 골목길마다 양옆으로 차량이 빼곡하게 주차돼있어 차량 1대가 지나가려면 다른 차량이 후진하거나 기다려줘야 하는 혼돈의 장이다.
실제 29일 방문한 수원시 평동 일대 역시 차량들로 골목이 가득 차 있었다. 주욱 늘어서 있는 차량 중 번호판이 없는 차량도 심심치 않게 보이고, 차량 앞 유리창 등엔 이름이 적혀있거나 차량 정보가 적혀있기도 했다. 개인이 소유하는 일반차가 아닌 판매 대기 중인 중고차로 추정되는 차량들이다.
이 일대가 만년 주차난을 겪게 된 것은 인근에 전국 최대 규모의 중고차 매매단지가 있고, 도이치오토월드와 SKV1모터스 등 쇼핑몰 형태의 대형 매매단지가 생기면서다. 중고차 물량이 수원으로 대거 몰리면서, 실내 전시장에 보관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자 인근의 외부 공간을 활용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중고차 매매상사는 차량을 전시하기 전 평동 일대 정비·광택업체에 매물을 맡겨 상품화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정비 중’이라는 구실로 도로변에 차량을 무단 방치하는 일이 일상화됐다. 이로 인해 평동 일대는 10년 넘게 고질적인 불법 주차난에 시달리고 있다.
도로를 점거한 불법 주차 차량이 난립하자 당연히 주민들의 불만도 크다. 이종우(77)씨는 “집 바로 앞에서 시동을 걸고 차를 뺐다가 다시 넣었다가 하는 소리도 신경쓰이고 매연 냄새도 지겹다”며 “몇번이나 수원시에 민원을 넣고 이야기했는데도 단속하는 척만 하고 그대로다. 번화가(수원역) 바로 뒤에 있는 동네인데 이렇게 방치하니 동네가 점점 낙후되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게다가 화성·오산 일대까지 중고차 매물로 인한 주차난이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세교모터스 대표 김동필(60대)씨는 “오산엔 중고차 매매 상사가 몇 개 있지도 않은데 주차장 용지로 인허가 받을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라서 저희가 쓰는 주차장 부지가 항상 포화상태”라며 “꽉 차면 인근 공업사에 부탁하거나 무료 주차장에 대기도 하고 난감하다”고 전했다.
광택업체나 매매 상사 모두 물리적 공간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평동 일대에서 광택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도대근(48)씨는 “과태료를 물고서라도 차량을 도로에 주차하는 업체들이 많다”며 “그렇다고 광택업체들이 이 일대를 벗어나고 싶어하진 않을 것이다. 중고차 매매단지와 접근성이 좋은 곳에 있어야 거래하기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자체도 불법 주정차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대책 요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평동 일대의 경우 주차난이 문제가 된 지 꽤 됐기 때문에 민원도 많이 들어와 수시로 단속을 나가고 있다”며 “그렇지만 2~3일 주기로 차량이 옮겨지기도 하고, 특히 번호판이 떼어져 있는 차량의 경우 지자체 단속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처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