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차량 3천대 선적 못하고 대기
우회 항로 이용, 운송비 최대 두 배
요르단 등 주요 시장 규제로 급감
업계 “보관·금융비용 부담 커져”

“팔린 차량조차 배에 싣지 못하고 있으니 걱정이 큽니다.”
인천 연수구 옛 송도유원지 부지 내 중고차 수출단지에는 앞 유리창에 ‘sold out’(판매 완료)이라고 적힌 차량이 빼곡히 세워져 있었다. 해외 바이어와 거래를 마친 차량이지만, 선박 운항 일정이 잡히지 않아 수출단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 위험으로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는 자동차 운반선 운항이 중단되면서 인천에서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으로 향하는 중고차 수출도 차질을 빚고 있다. 중고차 수출업계는 인천항 중고차 수출 물량의 40% 이상이 홍해를 거치는 항로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인천지역 한 중고차 수출업체 관계자는 “요르단으로 보내려던 중고차 3천여 대의 선적이 모두 보류된 상태”라며 “선박 운항이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어 차량을 그대로 세워두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홍해를 피해 대체 항로를 이용하기도 쉽지 않다. 요르단과 튀르키예, 리비아, 시리아 등으로 차량을 보내려면 아프리카 남단을 우회해야 해 운송 기간이 길어지고 물류비도 크게 증가한다.
이 관계자는 “기존 항로를 이용하면 차량 1대당 운송비가 3천달러 안팎이지만, 우회 항로는 최대 6천달러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며 “일부 저가 중고차는 물류비가 차량 가격을 웃돌 수 있어 선적을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부터 수출 물량이 감소한 데다 홍해 운항 차질까지 겹치면서 중고차 수출 업계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29일 인천항만공사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인천항 중고차 수출량은 24만1천93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32만6천342대보다 25.9%나 감소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요르단과 시리아 등 주요 수출국이 환경·차량 인증 기준을 강화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요르단은 정부가 요구하는 기술표준 인증서를 받은 중고차만 통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인천항에서 요르단으로 수출된 중고차는 6천77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1천954대보다 69.1% 급감했다. 제조된 지 2년 이내인 차량만 제한적으로 수입하고 있는 시리아로 향한 중고차는 6천62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0% 줄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해협 통항 차질도 중고차 수출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인천항에서 아랍에미리트로 수출된 중고차는 올해 1~2월 7천281대에 달했으나,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선박 운항이 급감한 3~6월에는 927대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 전체 수출량은 8천20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0% 감소했다.
중고차 수출 업계는 올해 상반기 수출이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홍해 항로의 불확실성까지 장기화하면 하반기 실적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박영화 한국중고차수출조합 회장은 “가뜩이나 해외 규제로 거래가 줄었는데 팔린 차량조차 배에 싣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선박 운항이 재개되지 않으면 차량 보관비와 금융비용까지 수출업체들이 떠안아야 한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